역대 최대 규모 적자낸 한전, 팔수록 손해 ‘전기요금’
억눌린 전기요금…예견된 한전 수익성 악화, 장기적으로 소비자 손해
미봉책 불과한 SMP 상한제…설비 투자 부담 고려한 요금체계 개편 필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문가 초청 연속세미나 ‘탄소중립시대, 소비자 입장에서 본 전기요금 현안 및 개편방향’ 세미나가 개최됐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문가 초청 연속세미나 ‘탄소중립시대, 소비자 입장에서 본 전기요금 현안 및 개편방향’ 세미나가 개최됐다.

[CEO랭킹뉴스 서효림 기자] 올해 1분기 한국전력의 역대급 적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기요금 개편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여름 미국과 유럽 등이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 때보다 심각한 사상 최악의 에너지 대란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 전기요금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걱정스럽다. 

팔수록 손해인 전기, 한전 올해 1분기 최대 적자
 
숲과나눔재단 풀씨행동연구소는 그린아고라 탄소중립포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문가 초청 연속세미나 ‘탄소중립시대, 소비자 입장에서 본 전기요금 현안 및 개편방향’을 개최했다. 세미나는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김경식 고철 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고, 김승완 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와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이 개별토론에 참여했다. 이어 참가자 모두가 참석하는 전체 토론으로 진행됐다.    

연료비 가격급등으로 전기요금 동결로 한국전력의 수익성 악화는 예견되어 있었다. 연료비 인상분을 한전이 부담하면서 전력 판매가 늘어날수록 한전은 손해를 보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본 전기요금 현안 및 개편방향’ 논의

올해 1분기 연료비(7조 6,484억 원)와 전력구입비(10만 5,827억 원)가 각각 92.8%, 111.7% 급증했지만 전기요금 동결로 전력 판매 수익은 15조3784억원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계통한계가격결정(SMP) 역시 KWh(킬로와트시) 당 180.5원으로 전년 동기(76.5원) 대비 136%가 늘었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이 “콩값(연료비)이 오를 때 두부값(전기료)을 올리지 않았더니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미나에서는 “콩을 싸게 사오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영화 맞춰 정비한 시스템…정작 민영화는 안돼

(좌로부터) 좌장을 맡은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발제를 맡은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개별토론을 맡은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
(좌로부터) 좌장을 맡은 윤제용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발제를 맡은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개별토론을 맡은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

김경식 소장은 발제에서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와 전기요금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하며 현 단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2008년 이후 민영화를 전제로 시스템을 만든 후 정작 민영화가 되지 않았다”며 총괄원가주의의 조정과 SMP 폐지를 전력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전제로 제시했다. 김경식 소장은 현재 제도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식 소장은 “전기는 인권”이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해방 이후 3사에서 1사로 또 다시 1사에서 3사로 통합과 분할을 반복하던 전력회사는 1982년 한국전력이 발족하고 민간 발전사가 합병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1989년 한국 전력 공사가 발족하고 기업공개를 거쳐 국민주 21%로 상장됐다. 

2000년 이후로도 민영화 논의는 계속됐다. 1991년 전력 구조개편 기본계획이 발표됐고 2001년 한전 발전 부문이 6개사로 분할되고 전력거래소가 개설됐다. 김 소장이 조정을 말한 총괄원가주의는 현행 전기요금체계로 물가안정법과 전기사업법에 규정되어 있다. 현행전기요금은 구입 전력비와 송배전 비용, 판매비, 투자보수 등을 합해서 결정되고 있다.

가격신호 왜곡 만든 ‘총괄원가 산정’

그러나 최근까지 총괄원가 산정에 연료비 변동 등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비용증감이 적기에 반영되지 못하였고, 이는 전기요금의 가격신호를 왜곡하는 문제가 생겼다. 적정 수익 확보로 재투자 재원 확보는 가능하지만 원가절감 유인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총괄원가주의에 조정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경식 소장은 수요량을 다 채운 시점에서 가장 비싼 발전소의 발전단가를 다른 발전소에도 적용하는 SMP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SMP는 대부분 LNG 발전소 발전단가로 결정된다.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조달한 발전소의 발전단가로 SMP가 결정될 때, 민간 발전사는 직수입 가격과 가스공사 가격 간 차액만큼 이익을 본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에너지기업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론에 참가한 김승완 교수는 “전기요금이 민영화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해 여전히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물가관리 대상에 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다양한 에너지원이 조합된 결과물이므로 물가관리를 위해 이를 조정하려면 다양한 에너지원에 모두 조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기요금을 물가 관리를 위해 컨트롤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체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독립적인 결정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전기요금, 사회적 불균형‧사회적 비용 증가…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것

이성호 소장은 2050탄소중립과제를 중심으로 향후 전기요금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60%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며 전기요금의 비정상 및 왜곡의 시작은 에너지 세제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고, 석탄과 가스, 유류에는 관세와 개별소비세만 차등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 소장은 “낮은 전기요금은 결국 다수의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전기는 생산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대량생산하여 전기가격이 낮을수록 전력 다소비자가 이익을 얻고 사회적 불균형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새로운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투명하게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빈곤층과 취약업종은 별도의 대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새 정책방향도 제시했다.

새 SMP긴급정산상한제…민간발전사 이익 축소, 종합‧체계적 요금결정 체계 필요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정예고로 오는 14일부터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이 전격 시행된다. 사상 최대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을 위해 SMP에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가 시행되면 SMP가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할 경우 발전사의 전력판매단가는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 정산가격으로 적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될 경우에 1개월 동안 적용되며, 정산상한가격은 과거 10년 동안의 월별 SMP평균 가격의 125%로 한다. 단 실제 연료비가 상한가격 보다 더 높은 발전사업자에게는 실제 연료비로 보상하게 된다.

정부의 발전비용 부담을 민간발전사 이익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메꾸는 방식으로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민간 발전사 역시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정부는 공공요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원가주의'를 약속한 바 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묶여있던 전기요금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물가영향 등 정책적 고려를 최소화하고 원가주의·시장주의에 기반해 사업효율성을 유인할 수 있는 요금결정 체계가 확립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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