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성지, 그곳에 가봤다.
회,회,회…우리가 알고 있던 그것과 전혀 다른 ‘신세계’ 맛

 

[CEO 랭킹 시리즈]  복잡·다양해진 사회는 많은 종류의 직업을 만들어냈다. 또한 더 많은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스스로 전문성을 가졌다고 말하는 많은 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인정받는 1인자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일찍이 앤드류 카네기는 ‘성공의 비결은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서 1인자가 되려는 데 있다’고 말했다. CEO 랭킹뉴스에서는 리뉴얼을 기념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타공인 1인자를 만나보는 CEO 랭킹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회를 즐겼다는 기록은 조선 시대 실학서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찾을 수 있다. 이수광이 지은 이 책에는 “중국인은 회를 먹지 않는다. 말린 고기라 해도 반드시 익혀 먹고, 우리나라 사람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웃는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처럼 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음식이다. 긴 세월을 지내면서 사람마다 선호하는 맛이 생겼고 이로 인해 생선의 종류, 숙성과 먹는 법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어린 시절 즐기던 음식 그대로 ‘오가고’ 즐기다

활어회는 살아있는 생선을 수족관에서 바로 건져 올려 먹는 방식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회를 뜨고 나서 수 시간에서 며칠간 냉장 숙성 시켜 먹는 ‘선어’를 중심으로 회 문화가 발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싱싱한 생기를 가지고 담백하고 달콤한 맛을 연상시키는 뜻에서 ‘싱싱회’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선어회이다.


일주일 새에도 여러 음식점이 생기고 없어지고 바뀌기를 반복하는 강남에서 20년째 한 가지 음식으로 손님을 맞고 있는 선어회 전문 ‘오가고’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예약 없이는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의 핫플이다. 경영과 주방을 동시에 맡고 있는 김태현 대표는 “여수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 늘 즐기던 맛을 잊지 못했다”며 선어회를 선택한 것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피와 내장을 제거해 비린내를 줄이고, 숙성과정에서 이노신산을 함유하게 된 선어회는 탄탄한 육질과 감칠맛을 자랑한다. 이것은 선호에 따른 느낌이 차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묵은지와 함께 즐기는 한국적인 맛에 반하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양식과 자연산 활어회를 48시간까지 숙성하면서 시간대별로 맛과 조직감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 탄력과 쫄깃한 느낌을 주는 육질의 강도는 6~12시간에 최대 강도를 보였고 양식 어종은 자연산과 강도가 비슷하거나 약간 높았다. 이노신산은 양식어종에서 다소 높았고 24시간까지는 늘어나다가 그 이후에는 다시 감소했다. 최적의 맛을 느끼기 위한 숙성 기간은 하루 정도가 적절하다는 뜻이다. 김태현 대표의 숙성방법도 이와 같다. 김 대표는 “최대한 물에 닿지 않게 손질해 수분이 생기지 않는 것이 탄탄하면서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오가고’의 선어회에는 락교와 초생강이 아닌 묵은지가 곁들여진다. 김태현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음식 중 감칠맛을 높이고 다른 잡내를 잡는 데에는 묵은지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강남 직장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가게 이름인 ‘오가고’를 일본어인 줄 알고 묻는 손님도 있지만, 이 역시 오고간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김 대표는 “회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계절은 사실 여름철”이라며 “회를 먹으면서 걱정하는 세균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천사채나 무채를 깔지 않고 옥판 위에 회를 놓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선어회는 유통과정에서 살균소독을 거쳐 저온으로 보관ㆍ유통되기 때문에 매년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비브리오 패혈증 등의 감염요인을 차단한다. 


경험을 담은 고객의 진심 어린 조언은 소중한 자원

김태현 대표는 손님이 남기는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수많은 음식을 자유롭게 접한 손님의 스쳐 가는 말 한마디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김 대표는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독불장군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작은 틀에 갖히게 되는 자영업자와는 다르게 손님들은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다양한 맛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손님이 남긴 말 한마디는 그간의 경험이 녹아있는 소중한 재산이다. 그는 “식사를 마친 손님의 리뷰나 조언을 믿음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재료와 정성을 속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손님의 혀는 절대 속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요식업에 도전한다면 본인의 경험이나 이전에 전공했던 분야와 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스스로 견습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숙련된 후 창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행에 휩쓸리는 창업을 경계했다.

격변의 코로나에 변화는 필수, 더불어 함께 행복해야

장기간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는 회문화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산지 방문이 어려워지자 회에 대한 접근성이 약해졌다. 이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하려니 과도한 물류비가 발목을 잡는다. 선어회를 중심으로 회문화가 개선된다면 물류비와 폐기물을 줄여 전체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산지에서는 발생한 부산물을 재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김태현 대표는 창업한 이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신과 잘 맞는 직종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이윤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손님과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어려운 때 일수록 서로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음악출처: ROYALTY FREE MUSIC by BENSOUND │ stock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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