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최우수 멤버(Sustainability Champion) 인증패를 들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최우수 멤버(Sustainability Champion) 인증패를 들고 있다. (사진=포스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던 포스코가 매우 소란스럽다. 최근 포스코 창립 멤버인 6명의 원로는 ‘현 경영진에 보내는 고언’이라는 제목으로 현 경영진의 자성을 촉구했다. 시쳇말로 ‘혼구멍’이 났다. 

혼이 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포스코 지주회사(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하면서부터였다. 포항시는 즉각 반발했다. 정치권도 포항시에 힘을 실었다. 결국 포스코는 지주사 본사를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기로 했다. 

포스코 창립 멤버인 원로들은 포스코의 국민기업 프레임 지우기도 비판했다. 포스코 원로들은 “현 경영진이 포스코가 갑자기 더는 국민기업이 아니란 요지의 글을 직원들에게 배포해 큰 당혹감을 느꼈다”며 “대일청구권자금은 돈의 문제를 초월하는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의 문제로, 포스코 탄생과 성장에 선배들이 혼신의 힘을 쏟게 한 정체성의 핵이다”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서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포스코는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한 2.4%의 지분을 매각해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며 ‘국민기업’이란 멍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교육재단 출연금까지 전액 삭감한 소식이 전해져 스스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래도 좋은 회사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외부 설문평가인 GWP표본조사에는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부탁”하며 구체적인 응답 방법을 알려줬다. 이 점수는 임원핵심성과지표에 포함되어 성과급 결정에 작용한다는 전언이다. 

본사를 서울에 두고 싶었으나 실패하자 국민기업이 아니라며 정체성을 부인하고, 설문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포스코는 흡사 사춘기 중2병이 심하게 온 아이와 같다. 집을 나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실패하니 엄마·아빠딸 아니라고 하고, 성적표를 위조하는 금쪽이.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는 “아이의 진정한 마음을 알아야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진짜 바라는 걸 말해야 한다. 기업시민 뒤에 숨지 말고, 구조 선진화라는 말로 포장하지 말고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설혹 앞에서 꺼낼 수 없는 것을 바란다면 속으로도 품지 마라. 그게 금쪽같은 포스코를 반쪽으로 만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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